요즘 보는 컨텐츠마다 결국은 명상이나 자기 관찰을 추천한다. 자기 관찰이라고 하면 뭔지 잘 모르겠고, '나는 지금 음식을 왼쪽으로 씹고 있다, 숨을 얕게 쉬고 있다, 오른쪽 신발을 먼저 신는다' 같은 것 부터 시작이라고 한다. 지금 읽고 있는 책에서는 매일 5분 일기를 쓰면 좋다길래(뭣에..?) 쓰자.

오늘 아침에는 침대 밖을 나가기 힘들었다. 결국 11시까지 누워있었다. 그렇게까지 몸이 피곤하지는 않았고, 그렇게까지 졸립지도 않았는데도 빈둥거리다가 1시 30분에 출근했다. 그래도 따뜻한 전기담요 덕분에 혈액순환이 잘 되어서 개운한 편이었다. 향수 택배를 부치고 사무실에 앉자마자 주간보고를 적었다. 주간보고를 적을 때 마다 데드라인에 임박하여 쫓기듯이 내용을 채운다. 후회한다. 미리 정리할 걸.

어떤 업무에 대해서는 진행과정을 듣고 싶어서 물어본다. 물어보는게 묘하게 불편하다. 그러면서 말을 또 많이 한다. 일정 산정 하는 연습을 하기 시작해야 한다는 둥. 그래야 나처럼 고생 안한다는 둥. 사족을 많이 붙였다. 

오늘 있었던 일 중 가장 정신 산만하게 만든 주제는, 아무래도 ㅊㅅ 개발팀과의 회의인 것 같다. 내가 하고 싶은 과제 범위가 있는데 틀리게 설명하진 않았지만 순서대로 조리있게 빌드업 하면서 설명하진 못했다. 내가 발표 메인이 아니여서 준비를 딱히 하지도 않았지만.

ㄴㅇ의 결론 부터 시작하는 대화법은 심플해서 좋기도 한데, 시작하자마자 xxx 는 우리가 할 수 없고 너희가 해야 하는 거다. 라는 말투가 썩 달갑지 않다. 기분이 나쁜 것은 둘째치고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당황하는 것 같다. 당황스러운 기분을 티내지 않고 싶어한다.

그 사람은 원래 그런 사람 줄 알고 있고, 또 평소에 사적으로 나름 편하게 이야기 하는 편인데도 아직 적응 못했다. 그나마 이 정도 대화가 가능한 것도 대단하다. 경우의 수를 따져서 그 다음을 좀 미리 생각해가야 할 것 같다. 그냥 무슨 내용인지 잘 몰라도 클레임에서 하는게 적절한거면 그렇게 할 거라고 할 걸 그랬다. 

당황스러울 때는, 어떤 판단을 하지는 말고 상대방의 말을 잘 듣고 이해했는지 확인하는 말로 반응하면 괜찮을 것 같다. 좋은 생각인데?

그리고 만약 내가 화가나서 같이 띠껍게 반응한 것 보다는, 오늘처럼 차라리 당황한 것이 나았다.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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